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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숲과 망신적 부사 사용

망신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
정치가 사실을 말하면 부사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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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기사입력 2021-07-19 [08:35]

[최창일 칼럼] 여름의 숲은 고요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상수리나무와 이따금 숲 위로 날아오르는 산까지 떼도 조심스럽다. 간밤에 내린 비에 개울물 소리는 소란스러워 진다.

 

특히 여름의 숲은 분주하다. 그래도 숲은 누구하나 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오래된 그늘이 모여서 살고 있다.

 

아침의 숲 산책을 지나 신문의 지면을 펼친다묶은 정치인이나 갓 국회에 들어간 초선 의원이나 모두가 옳은 소리라고 제 잘난 주장을 펼친다. 젊은 대표 정치인이 기존에 있던 여성가족부와 통일부의 존재 가치를 평가 절하하고 해체의 순서를 밟자고 한다.

▲ 종묘 숲길 / 최창일

차라리 부처를 줄이는 것보다 용기 있게 국회 의원수를 줄이자 하는 것이 옳다는 논객도 있다.

 

이래도 저래도 미운나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일본 정치권의 판단에 험난한 경기운영을 보인다.

 

코로나19로 취소해야할 올림픽이 그림자도 없는 관중으로 치룬다. 지금까지 이런 올림픽은 없었다.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1863~1937)이 창시한 제1회 올림픽이 1896년 그리스아테네에서 열린지 125년 만의 일이다.

 

723일 개막, 도쿄 올림픽은 여러모로 사상 초유의 올림픽이다. 코로나191년 연기 된 올림픽부터 불안한 출발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홀수의 해에 열린다. 그 뿐이 아니다. 무관중 올림픽은 최초의 일이다. 1.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1916년 베를린, 1940년 도쿄, 1944년 런던 등 세 차례올림픽이 취소된 경우는 있어도 관중이 없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고독하게 기량을 거둔 적은 없다.

 

조직위의 무관중 결정으로 지금까지 팔린 경기장 입장권의 96% 이상이 무효가 됐다고 한다. 일본의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확진자가 나오는 등 긴장감이 돈다.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무관중이라도 대회를 치루는 것은 입장권 수입을 포기해서라도 중계권료로 돈을 벌겠다는 뜻이다.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참가 선수단의 안전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정치권의 결정이다. 올림픽은 늘 새것을 만들어 왔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익히 알려진 새것들을 위한 행진이다.

 

역사의 실패는 늘 조급함이라고 했다. 글을 쓰다보면 시간에 쫒기는 경우가 있다. 물론 게으름이다. 몇 년 전이다. 서울신문 오피니언으로 황금찬 선생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무심코 향년‘93세라고 썼다. 깊은 밤 11시에 편집담당자의 전화다. 황금찬 선생께서 돌아가셨냐고 묻는다. 고인에게 붙이는 이름 앞에 향년이 사고를 친 것이다. 부랴부랴 수습을 하고 잠을 이루려니 잠이 올 리 없다. 얼굴도 화끈 거린다. 조급함이 불상사를 일으켰다. 간혹 필요하지 않는 부사(副詞, adverb)를 사용하다 사고를 친다. ’굳이구지라고 쓴 경우도 그렇다.

  

정치에도 쓰지 않아야 할 살인적 부사와 같은 정책을 쓰다가 사고를 친다. 부사 정치는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형태다. 버마, 브라질, 미얀마 등이 대표적이다.

▲ 최창일 / 시인     ©성남일보

 

덮다. 시원한 여름 숲속얘기로 마무리하자.

 

숲속의 개암나무가 열매를 툭 떨어뜨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군가의 지휘로 숲의 정경을 아름답게 경작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숲의 가슴은 넓고, 푸근하다.

  

자연이란 스스로 질서를 지켜간다. 사람의 힘이 아니어도 저절로 경작을 한다. 이 여름 숲의 지휘자를 만나고 싶다. 그 지휘자를 만나서 세상의 지혜를 가져다가 정치권에 전하고 싶다. 부사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며, 조급함의 경계를 전하고 싶다.

  

여름의 숲에 가면 나오고 싶지 않다. 이 여름 산에 나는 춘자 씨와 영영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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